한 편의 영화가 때로는 기대치를 뛰어넘어 예상 밖의 흥행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2011년 개봉한 로맨틱 드라마 '원 데이'가 그랬다. 데이비드 니콜스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앤 해서웨이와 짐 스터게스 주연의 이 작품은 20년에 걸친 두 친구 사이의 우정과 사랑을 그렸는데, 주류 로맨스 영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1,500만 달러의 저예산작 치고는 5,500만 달러의 전 세계 박스오피스 실적을 올리며 예상 밖 흥행을 거두었다. 과연 이 영화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요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원 데이'라는 독특한 컨셉의 매력
'원 데이'는 핵심 컨셉만으로도 색다른 매력을 지녔다. 바로 에마 몰리(앤 해서웨이)와 덱스터 메이휴(짐 스터게스) 두 주인공이 매년 7월 15일 하루에만 등장해 20년에 걸친 삶의 궤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기발한 구조적 기교는 두 사람의 변치 않는 우정과 점점 발전하는 애정 관계에 대한 친밀감을 선사한다. 결국은 함께 할지 말지를 두고 관객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원 데이' 컨셉은 인생의 전개 과정과 중대한 전환점에 대한 인간 본연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에마와 덱스터가 매년 마주치는 모습을 통해 관객들은 그들의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를 지켜보며 삶을 이루는 요소들을 생생히 경험할 수 있었다. 동시에 두 사람의 돈독한 인연을 영화를 초월한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긴 시간에 걸친 이야기 전개는 그들의 관계에 삶의 뼈대가 실린 현실감을 부여했다. 결과적으로 '원 데이'라는 독특한 프레이밍은 이 영화를 일반적인 로맨스 드라마를 넘어 사랑과 우정, 타이밍, 제한된 시간의 효율적 활용 등에 관한 묵직한 성찰로 이끌었다. 관습에서 벗어난 일 년 단위의 에피소드 구성은 관객들로 하여금 에마와 덱스터의 해마다 변화를 목도하며 작품에 푹 빠질 수 있게 만들었다.
해서웨이와 스터게스의 완벽한 케미
로맨스 영화의 성패는 주연 커플의 케미스트리와 그들의 결합에 대한 관객들의 열망에 달려있다. 앤 해서웨이와 짐 스터게스는 에마와 덱스터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완벽히 소화해 내며 관객들이 그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게 만들었다. 대학 시절 에너자이저처럼 튀었던 사이부터 친구 이상의 관계를 주기적으로 갔다 멀어졌다 하는 애매한 관계까지, 해서웨이와 스터게스는 현대 관계의 복잡성을 섬세하고 생생하게 표현해 냈다. 두 사람이 청춘에서 성년, 그리고 중년까지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연기 변화 또한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얼굴과 태도에서 축적된 삶의 무게와 경험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원 데이'는 단기간의 타임라인만을 다뤘지만 두 배우의 열연 덕분에 에마와 덱스터의 깊은 인연을 관객들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해서웨이와 스터게스는 탁월한 연기력과 케미로 이 소설원작 로맨스를 가슴 저린 영화적 러브스토리로 만들어냈다.
노스탤지어와 보편적 공감의 테마
'원 데이'의 흥행 원인으로 독특한 컨셉과 배우 케미 외에도 관객들의 향수와 공감대 형성을 들 수 있다. 1988년부터 2010년까지 펼쳐지는 시대적 배경이 밀레니얼/X세대 관객들에게 그들의 청춘과 초기 성년기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영화 속 광란의 대학 파티 장면, 얍삽한 사회인 등장, 90년대 패션의 유행과 망령 등은 젊은 날의 자유분방함을 회상하게 했다. 이와 동시에 직장과 결혼, 이혼 등 성인기 삶의 굵직한 사건들도 관객 자신의 경험을 대입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원 데이'는 시대적 향수를 넘어 보편적인 주제의식으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자아실현의 갈망, 삶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붙잡는 문제, 개인과 연인으로서의 성장 등 영화가 다룬 본질적 화두들이 모든 이의 삶에서 중요한 문제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영화의 서정적이고 진지한 분위기는 이러한 주제들을 가볍지 않게 다룰 수 있게 했다. '원 데이'는 보편적인 주제의식을 향수가 배인 친근한 드레스로 포장해 관객들이 작품 세계에 동화되기 쉽게 만들었다. 청춘과 성년의 과정을 지나며 얻게 되는 인생의 단상을 그린 영화는 정서적 깊이와 현실감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는 독특한 구조와 배우들의 연기력, 그리고 향수와 인생에 대한 통찰이 어우러져 예상 밖의 흥행을 이뤄냈다. 서사의 기교, 배우 케미스트리, 보편적 공감대 형성 등 다양한 요소가 시너지 효과를 내며 관객들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이다. 사실 '원 데이'는 철학적이고 내적인 독립영화 같았기에 대중적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얻은 사랑에 대한 견고한 믿음, 삶의 순간들을 있는 그대로 품은 서정성, 주연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가 어우러져 예상을 뒤엎는 흥행을 이루었다. 현대 로맨스 영화가 지나치게 가벼운 로맨틱 판타지에 치우치는 가운데, '원 데이'는 실존하는 영혼의 친구에 대한 보다 진실하고 묵직한 초상화를 그려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루어가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겼다. 때론 영화가 예상과 다른 결과를 내놓기도 한다. 그 성과가 인생과 사랑에 대한 본질적인 진실을 우리 모두의 삶에서 발견한 덕분이라면, 그 흥행 요인 또한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원 데이'가 바로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