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개
베놈은 예상을 뒤엎고 2018년 최대 흥행작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제작비 1억 달러 대비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수익이 8억 5천6백만 달러를 기록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R등급의 이 모호한 반(反) 히어로 영화의 압도적 흥행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고, 코믹북 영화 장르에서 보다 거칠고 도덕적 모호성을 띤 새로운 흐름이 관객들을 사로잡았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 말썽꾸러기 작품을 글로벌 현상으로 만든 핵심 요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시대를 앞서간 반(反) 히어로
2008년, 관객들은 끊임없이 고결한 선한 인물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영웅적 동기와 어두운 본능이 교차하는 보다 도덕적으로 복잡한 주인공에 대한 갈망이 높아졌습니다. 에디 브록/베놈 심비오트의 관계는 이 시대적 반 히어로에 대한 욕구를 정확히 충족시켰습니다. 물론 과거에도 성공적인 코믹북 영화에서 악당 주인공을 내세운 바 있지만, 베놈은 좀 더 복잡한 반 히어로의 영역을 차지했습니다. 동기는 영웅적이지만 방식은 악마적인 존재인 셈입니다. 에디 브록은 본래 샌프란시스코의 주민과 부패를 고발하고자 하는 동기를 갖고 있지만, 이를 이루는 과정에서 폭력, 파괴행위, 대혼란을 일으켜 악당의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이런 도덕적 회색지대가 2018년 관객들의 문화적 정서를 꿰뚫었습니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불신과 회의주의 분위기 속에서, 관객들은 보다 격정적이고 무질서한 단죄 정의에 이끌렸습니다. 베놈이 우리 내면의 원초적인 보복 욕구를 마구 풀어내는 모습은 대중의 특별한 환상을 자극했습니다. 영화는 이런 대리만족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에디 브록이 광란의 외계 생명체로 변신하는 장면은 전율이 느껴지는 생생한 경험이었습니다. 관객 누구나 그 우렁찬 덩치와 매서운 이빨을 가진 거대한 검은 덩어리가 마구 닥치는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이는 우리 내면에 잠재된 파괴적 본능을 무차별적으로 발산하는, 금기시된 쾌감이었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은밀한 대중성
표면적으로 보면 베놈의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과 암울한 톤은 이 영화를 하드코어 팬들만을 위한 니치 작품으로 규정지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과감한 접근법이 대중적 흥행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 되었습니다. 과거 슈퍼히어로/코믹북 영화에서 R등급의 노골적인 폭력성과 잔인함은 블레이드나 퍼니셔 같은 언더그라운드 작품에나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베놈은 메이저 마블 IP가 R등급의 강한 분위기를 과감히 받아들인 첫 사례 중 하나였습니다. 이를 통해 영화는 원작 소스 매체가 지닌 어두운 매력을 고스란히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베놈은 가족 관람 영화가 결코 아니었습니다. 심비오트와 인간의 결합 과정에서 나오는 섬뜩한 바디호러부터 뼈가 또각 부러지는 자극적인 장면까지, 이 영화는 어른들만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영화는 과도한 잔혹함에 심취했지만 바로 이 금기시된 분위기가 베놈을 열렬한 팬들과 일반 성인 관객들 사이에서 매력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연령 제한 없이 봐야 했던 최근 슈퍼히어로 영화들과는 달리, 순수하게 혐오스럽고 몸서리치는 반 히어로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관객들을 단단히 사로잡았습니다. 관객들은 가족 영화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잔인하고 피 튀기는 광란의 축제를 마음껏 즐기고자 극장에 몰려들었습니다. 동시에 베놈은 저렴한 유머로 그 과도함의 균형을 잡아냈습니다. 톰 하디가 연기한 에디와 외계 기생체 사이의 재치 있는 방귀 대화는 격렬한 광기에 휴식과 웃음을 더해주었습니다. 이 브로맨스 코미디 요소는 끊임없는 무게감을 가볍게 해 주며 저질적인 유머로 관객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톰 하디의 압도적 명품 연기력
베놈 흥행의 가장 큰 원동력은 단연 톰 하디의 탁월한 연기력이었습니다. 그는 에디 브록과 외계 포식자라는 정반대의 성격을 완벽하게 재현해 내며 관객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주인공 에디 브록 역할에서 하디는 인간적인 고뇌와 품격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한편으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패배자의 모습이었지만, 그의 카리스마와 차분한 강렬함은 내재된 회복력과 격렬한 고통의 실마리를 내비쳤습니다. 상황이 에디로 하여금 절대 악에 구속된 채 대면하게 되자, 하디의 연기는 또 다른 차원으로 나아갔습니다. 베놈 심비오트 역할 구현력은 전율이 일정도로 탁월했습니다. 그의 근육 하나하나의 파동, 매 낮은 으르렁거림, 몸에서 일렁이며 꿈틀대는 촉수들의 불편한 유연성까지, 하디는 CG로는 도저히 재현할 수 없는 지독한 변신을 생생히 연기해 냈습니다. 그는 완전히 역할에 흡수되어 원초적 잔인성과 인간적 연약함을 오가며 에디와 베놈 사이에서 치열한 내면의 싸움을 보여주었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하디의 이중 연기가 영화의 터무니없는 설정을 인간적이고 공감 가는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것입니다. 한순간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조롱받는 패배자의 모습이었다가, 이내 원초적인 힘으로 스크린을 지배하는 경이로운 존재감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감정 이입력은 이 정반대의 성격을 하나의 인물로 아우르며 완성도 있게 연기해 냈습니다. 관객들은 에디와 베놈에게서 동시에 웃음과 공포를 느꼈는데, 그 이유는 하디의 연기가 그들의 격정적인 동거를 너무나 생생하고 실제같이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가장 터무니없는 이야기조차도 현실감 있게 만드는 능력이야말로 그의 연기력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마치 마법 같은 천부적 재능으로, 그는 엉뚱한 외계 구더기 설정조차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인물 드라마로 승화시켰습니다. 하디는 베놈의 미친 듯한 코믹북 광기를 관객들이 온전히 받아들이게 만든 고동치는 심장 부분이었습니다. 그의 혼신의 연기가 없었다면 이 엉뚱한 기획은 산산이 부서졌을 것입니다. 대신 그의 연기는 기이하기 그지없는 설정을 모든 계층의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문화 현상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영화 후기
결론적으로 베놈은 파격적인 반 히어로 설정과 독특한 분위기로 예상치 못한 대박 흥행을 이뤘습니다. 최첨단 시각효과와 톰 하디의 탁월한 연기로 황당무계한 설정이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주류 슈퍼히어로 영화와는 차별화된 기이하고 잔인한 분위기가 새로운 관객층을 사로잡으며 히트 코드를 울렸다. 판에 박힌 영웅 스토리에 싫증 난 관객들에게 새로운 반전을 선사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톰 하디의 개인적인 팬으로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영화였기도 합니다.